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다.
세상에 결코 합의 되지 않는 몇가지 부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내 안 아주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어서
건드리게 되면, 심한 분노를 일으키고, 대상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그런것들.
예를들면 어머니의 사랑이라던가
(요새 LOL때문에 다들 어머니 안부 많이 챙길거다. )
종교라던가, 정치 같은거
(네이트 댓글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주위에 수많은 간첩들에게 둘러쌓여있다...... 조심하자.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ambungg&logNo=80169414212 참조)
의학에서도 이런일이 종종 있는데..
민간요법이나, 사이비 의학 등에 언급을 하게되면 피를 토할 기세로 공격적인 언사를 날리시는 분들도 종종 보인다.
하긴, 의사들에게 의학이란 의대 6년에 수련기간5년 , 도합11년동안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 마치 종교와 같은거다.
Harrison은 의사들에게 성경과 같고, NEJM은 높고 숭고하신 분들의 복음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우리에게 신부님, 목사님 같은 존재고 실제로 그들의 압도적인 경험은, 우리가 그것에 의심을 제기하는것을 스스로 죄악시 여기게 되는 기초이 된다.
뭐랄까, 게다가 여타 대체 의학과는 밥그릇을 나눠먹는 사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난 별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서로를 싫어하겠지......
나도 의학교에 신규 신자로써 한자리 묵묵히 임무를 다하고 있는 어느날,
유혹의 바람이 찾아왔다.
얼마전, 우리 지소에 오셔서 호박죽을 떡하니 선물해주고 가시는 고마운 분이 있다.
맛있게 호박죽 한그릇을 딱 비우고 나니, 플라스틱 그릇옆에 붙어있는 왠 전단지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웰빙 라이프. 아주 쉬운 지압요법 귀!'
지압이라 함은 피부나 근육의 특정부위를 주물럭거려서, 간심비폐신을 모두 낫게 하는 위대한 민간요법이 아닌가! 왜 하필 보건지소에 와서 이런걸다.... 게다가 왜 하필 귀야. ㅠㅠ 아잉
아! 생각해보니 이분은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실천하고 계셨나보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존재인 현대의학에게 사랑과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서 함께 하려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일 수도 있다. 물론 맨뒷페이지에 교회 소개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어쨌든 호박죽은 순하니 맛이 좋았고, 나는 출출한 4시에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다음에 환자분으로 오시면 손이라도 주물러 드려야 겠다 하는 마음과 함께.
그러더니 며칠 뒤에 (주로 목요일이었던것 같다.) 이번엔 단팥죽을 떡 하니 주고 가셨다.
'웰빙 라이프. 아주 쉬운 지압요법 귀!'
힝..아주머니 저 천주교 신자란 말이에요... ㅠㅠ 안간지 오래되긴했지만...
그래도 단팥죽은 맛있었다. 내가 이 단팥죽을 먹는다고 해서 내 머릿속의 의학지식이 사라지고 그 틈에 지압요법이 채워질리가 없지 않겠는가.
단팥죽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과연 지압을 하면 우리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 날은 이렇게 글을 쓰지는 않았으니 그렇게 심도있게 고민해보지는 않은 듯 하다.
그런날이 하루 이틀 반복되고, 어느날.
'웰빙 라이프 아주쉬운 지압요법 얼굴!' 편이 도착했을때 붙어온 간식은 '설탕무침 튀긴건빵' 이었다...
아..! 이 어찌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적은 중량으로도 고 칼로리를 내는 자랑의 가진 건빵을 기름에 튀기고, 게다가 설탕이 건빵색깔이 보일듯 말듯 하게 붙혀져 있는 그런 아름다운 칼로리의 음식이었다.
매일같이 내가 보고있는 당뇨, 고지혈증 할머니들에게는 피하라고 잔소리 하는 음식. 이는 정녕 '악마의 유혹'이라 부를만 하다.
마치 건빵이 '날 먹어도 얼굴 지압으로 너의 얼굴을 탱탱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현대의학에 대한 도전을 눈앞에 두고 ,
아름다운 칼로리 악마의 유혹에 잠시동안 고민했지만,
나는 거침없이 건빵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맛있으니까.
이 건빵은 나의 얼굴을 탱탱하다 못해 퉁퉁하게 만들것이 분명하고,
덤으로 배둘레햄 순례를 시켜주겠지만,
나는 한낱 식탐이라는 욕구앞에, 종교적, 의학적 정체성이 무너진채로 패배하고 만 것이다.
맛있으니까.
건빵이 혀에 닿는 순간, 설탕이 녹으면서 혀끝에 달콤함을 선사 하는 듯 하더니
앞쪽 어금니로 건빵을 부숴트리는 동시에 사이에 약간 기름진 듯한 느낌의 과자 부스러기들이 뭉쳐 진채로 살작 둔한 달콤함을 혓바닥 위에 도포하더니,
잠시후에 목구멍에서 삼킬때의 든든함과 넉넉한 쾌감을 선사하더니
이내 뱃속으로 내려가서 나에게 약간은 아쉬운, 내일 아침의 내 뱃살이 살짝 생각나는 몽롱함를 선사했다.
맛있으니까.
패배란것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와라 이놈들아 잔뜩 패배해주마 헤헤
가끔 간식 주시는 할머니들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다음에 뵙게되면 제가 인사라도 먼저 하겠습니다!
※지압은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며, 림프의 순환을 도와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 하는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뱀다리.
원수는 ... 보통 드라마나 소설에서 흔히보는
-내 아버지의 원수!
라던가
-우리 가문의 원수!
아니면,
- 내 없어진 오른팔의 원수!
뭐 이런것들이다.
대부분 범죄자-피해자 관계가 많지요...
초등학교때 친구한테 한대 맞은것도 가끔 떠오르고 억울해서 열이 뻗치는데,
나한테 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사람을 용서하라.. 도 아니고 사랑하라...
나영이가 조두순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울산 자매가 그 자식을 ...?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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