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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오전의 농담

날씨가 쌀쌀하다. 


진료실은 그늘진 북향이라 더하다. 


창밖으론 새파란 풀밭이 가득한데, 

진료실안엔 시퍼런 냉기만이 가득하다. 


어제는 몸살기운이 심해서 하루종일 침대에 '속' 박혀서는 달달거리면서 꼼작않고 있었다. 


하루를 공으로 날리고 나니, 예방접종 오시는 어르신들이 남일같지 않다. 



한분이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진료소에 오셨다. 혈압약 타러 오셨단단다.


혈압 재려고 외투를 벗겼는데,

안에 얇은 회색 반팔티 한장이 나풀나풀. 


식껍해서,

"아버님, 날씨도 추운데 감기 조심하셔야되요~" 했더니,

"가죽옷이 두꺼워서 괜찮아요~~" 하신다.


뭔소린가.. 해서 1초 생각 하고나니, (살)가죽옷이 두껍다는 농담.


일동 박장대소. 진료실이 따듯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나는 하루하루 유머세포가 죽어가는데-


할아버지는 저무는 나이에도 위트가 가득하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농담이 참 대단하다.


타이밍도 적절하고, 장소도, 강도도 적당하고, 

상대가 알아듣는 수준이랑, 반응시간마저 적당하다.


아 이게 연륜이구나. 

그냥 적당히 던져도 크게 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아직도 배울게 너무 많다... 

뭔가 좀 알만하면, 슬럼프가 오고, 됐다 싶으면 실수가 다시 온다. 

야구도 그렇고, 개그도 그렇다. 


감기도 다 나았고, 슬럼프야 넌 이제 좀 가라. 



뱀다리1.

롯데가 질때마다 몸이 점점 더 안좋더니만, 아예 떨어지니 감기도 정점을 찍고 아예 사라졌다. 다행이다. 


뱀다리2.

그래도 가죽 두께는 금방 따라잡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