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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자서전

공실이 2015. 7. 19. 00:39

인턴이 하는 일 중에 수혈 동의서를 받는 일이 있다. 


주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떨어져 있거나, 혹은 수술전에 예비용으로 받는데.

수혈은 나름 다른 의약품과는 다른게 일종의 장기 이식이라서, 생각보다 꽤 흔한? 부작용들이 있다. 열이 난다거나, 약간 간수치가 오른다거나...

물론 당연히 부작용 생기라고 수혈을 하는게 아니라, 수혈이 주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시행하는거다. 


하지만, 의사-환자 관계에서 신뢰가 깨져있는 경우는 이 단순한 동의서 한 장 받기도 너무 힘들다. 

대체 뭘 의심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난 안받겠단다. 

휴우...

심지어, 다행히 난 겪은적 없지만.


종교적인 이유때문에 아이의 수혈을 거부하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는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다. 

얼마나 속터지고 통탄할 일인가. 


사회에서 존경받고, 위대한 지도자들도, 우리 각각의 전문 분야를 따지고 들면, 답답하고 부족할 때가 많다. 

간디가 수액을 거절하고, 부인의 치료에도 간섭하며 그들을 반 죽을으로 몰고가는 것은,

한 명의 의사로써 속이 뒤집어질 일이다. 책 내에서도 수많은 의사들의 권유를 뿌리치는 간디는 정말.. ... 아.. 

여튼 무수한 그 같은 유혹(?) 에도 불구 하고, 결국 간디는 거의 모든 맹세를 지켜내었고, 운동을 승리로 이끌었던 건

정말 천운이 따라줬다고 해야 하겠다. 아니라면, 전문가로써 내 위신이 말이 아니다... 


자서전의 말투는 굉장히 차분하기 때문에, 

간디가 사회운동을 이끄는데 가장 결정적이거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쉽게 쓰여져 있고,

오히려 그의 성장기때의 사고쳤던 것들과, 자신의 부족한점을 얼마나 남의 도움으로 운(?) 좋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과정은 자세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고집센 미련퉁이의 행운 퍼레이드를 읽은 기분이다. 


어찌나 겸손한 구성인가!


한 가지 강렬히 배운것이 있다면, 굳은 신념이다. 정치적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굳세게 자신의 의지를 정직하게 외부로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추종자들을 만들고, 사회운동을 승리로 이끈다. 

연설도 솔직하고, 겸손하고, 정직함으로 사람들의 감동과 동의를 얻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일은 결과를 노리고 행한것이 아니라 그저 목표에 충실함으로써 달성했다는 점.


꺽을 수 없는 의지를 설명하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채식주의에 대해 , 수많은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친구에게 

그저 '육식의 좋은 점은 잘 알겠고, 육식이 나쁜게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만, 나는 맹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 라는 말로 간단히 응대하는건,

나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근거가 없다면, 목표가 옳다는것을 어떻게 판단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자서전을 끝까지 읽었는데 위인이 그저 흔한 범인같았다는 생각이 들다니.

최근에 자서전을 쓰신 이모 전대통령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최근에 복잡한 일도 있어, 생각이 많아지는 문구를 하나 적고 끝낸다. 


"그들은 샤타그라하가 금전에 의해서 간단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금전은 가장 필요없는것 중 하나였다. "


돈 으로 살 수 없는 우리 학교 생각이 나네.